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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기/댕댕이 외 네발짐승

유기묘보호센터 / 유기묘입양 아니 구출 코숏


고양이 탈을 쓴 요다

오래전에 연애할때부터 와이프는 고령의 러시안블루를 키우고 있었다. 키운 햇수도 길고 워낙 살가운 녀석이라 나랑도 나름 친했다고 생각하고, 와이프가 해외로 나가면서 같이 다녀온 정말 가족이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신장에 병이 생겼는지 크레아틴 청소율과 BUN에 문제가 생겨 병원 입원 및 수액주사를 통해 몇개월간 투병을 했으나 수백의 카드값만 남기고...떠나갔다. 

그리고 어언 ...몇년이지. 대략 5년정도가 지난 어느날 가족 여행을 위해 숙소를 알아보기 위해 대부도에 들어갔다. 종이박물관 이라는 곳에서 한옥 팬션을 운영한다고 하여 가보았는데 정말 너무 맘에 들었으나 예약이 꽉차 원하는 날짜에 예약은 하지 못하고 돌아서는길, 주차장에 내 발보다 작으면 작지 더 클거 같이 않은 몸통을 가진 아메숏을 닮은 코숏이 두마리 있었다. 

차가 들락 날락하는 주차장에 아가 고양이를 보니 걱정이 앞섰다. 와이프에게 정말 어여쁜 고양이 두마리가 밖에 있다 문자를 남겼다. 내부를 둘러보던 와이프가 나와서는 고양이를 보고 아가가 정말 이쁘다며 다가가자 한마리는 엄청 살갑게 와서 부비고 한마리는 경계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같은 부모에게 나온자식이 이렇게 성격이 다르다며......ㅋㅋ

한참을 이뻐하고 있는데 종이박물관 관장님?이 나오셔서 저게 산에서 내려와서 몇일째 여기 있는데 정말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키우는 개가 있어서 같이 키우긴 힘들 것이지만 하도 안되보여서 몇번 먹을것과 물을 주었더니 떠나질 않는다고. 처음에는 어미로 보이는 녀석과 같이 있었는데 어느날부터 어미는 보이지 않고 저 아가고양이만 두마리 있는데 안스럽다고.

와이프와 딸아이의 눈이 초롱초롱. 너무 이쁘지만 우리집엔 비염 환자가 있어서 안되겠지 ..하며 아쉬워 했다.

코숏. 그것도 야생에서 태어나 야생에서 자란 아이를 데려오는 결정을 하는것은 쉽지 않았다.

아니 쉬웠다.

그냥 두면 야생에서 제 명데로 살지 못할 아이들을 보니, 초롱초롱한 우리 가족의 눈망울을 보니 데리고 와야 할거 같았다.


데려온지 2주쯤 지난 녀석

야생에서 부터 살가웠던 녀석은 여전히 사람을 따르며 놀아달라고 이뻐해 달라고 한다. 코숏치고 나름 아메숏같은 느낌의 무늬를 가지고 있어 맘에 들고 얼굴도 얇상하니 이뻤다. 이전 고양이가 러시안블루다 보니 상대적으로 코숏의 촐싹거림, 아니 활기찬 모습도 맘에 들었고. 무럭무럭 잘 크는 모습도 키우는 재미가 있었다.

데려온지 4개월쯤 지난녀석 둘

어영부영 만들어준 적송 침대에서 둘이 엉켜 있는 모습. 이렇게 빨리 클줄 알았으면 좀더 큼직하게 만들어 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제작기간은 2시간정도로 샌딩 마감만 하였다. 


널부러짐

우리 아이들이 자기 전에는 두녀석 모두 이렇게 편하게 널부러져 있지 못한다. 유기묘입양을..아니 구출을 해서 키우는 이녀석들이 밖을 무서워서 현관문이 열리면 숨는, 그런 녀석들이 될지도 몰랐다.


1년 경 질투와 시샘

한녀석은 살갑지만 여전히 한녀석은 여전히 사람을 경계하고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만 터치를 허용한다. 부엌에 있으면 조용히 와서 냐옹 한번 하고 쳐다보면 후다닥 본인이 생각하는 명당에 가서 식빵을 굽는다. 지금 귀여우니 나를 만지라는 듯.

늠름함

가끔 이런 무표정에 가까운 모습으로 꼭 가방을 방석으로 쓰고 있는 모습이 종종 찍힌다. 첫째 학교 가방부터 학원가방. 하다 못해 코스트코 쇼핑백 위라도 깔고 앉아야 마음이 놓이는가 보다.


DIY 캣타워

아카시아 집성목으로 책장을 만들고, 캣타워도 만들었다. 책장이 없을땐 캣타워에 종종 올라가더만 책장이 생기고 그 위에 욕실매트를 깔아 놓았더니 거의 지정석으로 올라가 있다.

유기묘, 코숏, 한때는 애완동물을 키우면 가장 희귀하고 특이한 것을 키우고 싶었지만(랩타일류? 로망은 도마뱀?) 우연치 않은 이런 기회로 생긴 두마리의 고양이가 우리집을 활기차게 만드는 것 같다.


그냥 두엇으면 언제까지 야생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 인적도 드문 곳에 유기묘가 과연 입양이 될 수 있었을지, 우리 같은 아무 생각 없이 바로 대려올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을지,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아도 너희 둘이 우리 고양이가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